EP 3 폭식증

송성례
2023-03-06
조회수 238



연애는 정말 설레기도 하고

긴장과 떨림의 연속이었다



나의 두 번째 남자친구



남자친구와 썸을 타기 시작하면서

나는 운동도 식단도 더 열심히 했다



사랑하면 예뻐진다는 말이 맞다


매일 신나고 설레니

안먹어도 배부르고

운동도 더 보람차게 느껴졌다





더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더 미친듯이 매달릴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오랜기간 소식을 했다


중간 중간 너무 배가 고프면

키토제닉 (저탄고지)

혹은 완전채식 등

죄책감을 덜기 위해 제한된 식단 안에서

폭식을 했다



완전 채식도 3년

키토제닉도 반년 넘게 했다



그렇게 나는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계속 끈을 놓지 않고 다이어트를 했다



그 때 나에겐

나의 몸무게 말고는

이 사람이 나와 사귈 이유가 없다 생각했다


당연히 다른 매력도 장점도 많은 걸 알지마

그래도 외적인걸 절대 무시 못할 거라 생각했다





나는 더 철저히 관리했고

남자친구에게 음식을 해주면

내 음식은 따로 다이어트식으로 만들었다



내 몸매를 위해서라면

절대 귀찮지 않았다




그리고 남자친구는 나를 걱정했다


‘난 너 처럼 이렇게 조금 먹는

사람 살면서 처음 봐’



같은 대학교를 다니고

같은 전공이라 자연스래

매일 점심을 같이 먹고

저녁도 같이 먹었기에 몰래 다이어트는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원래 소식한다며 설명했다



점심엔 김밥 한줄

저녁엔 밥 1/3공기에 야채

야식은 절대 금지


간식 과자 군것질도 하지 않았고

오랜 다이어트를 하며 탄산음료나

쥬스 등 마시는 칼로리도 마시지 않았다






하루에 1000칼로리를 절대

넘기지 않기



그러면서 운동은 주 3회

집에서 스트레칭은 틈틈히

너무 시간이 없으면

놀이터 가서 줄넘기





그렇게 48kg을 나는 악착같이 지켜냈다






그러다 시험기간

남자친구는 공부를 열심히 했기에

시험기간에는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공부를 했고


그때는 저녁을 같이 먹지 않았다




남자친구가 보이지 않을 때

나는 폭식을 시작했다




오랜시간 지속 되었던 허기와

배고픔이 차곡 차곡 쌓이다

정신줄이 ‘핑-‘ 하고 끊어지듯

한 순간에 일어났다





나는 오늘 못 먹으면

또 허기를 느끼게 된다는 두려움에


정말 꾸역 꾸역 음식을 입으로

집어 넣었다



가볍게 김밥 한줄로 시작해

김밥 두줄

떡볶이

감자칩

초콜렛

거기다

먹으면 아픈 밀가루 음식까지

고삐가 풀렸다


단팥빵

슈크림빵

아이스크림


더 들어갈 곳이 없어도

나에겐 상관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정신이 차려지고

오물을 뒤집어 쓴 듯한

불쾌함과 미칠 것 같은 죄책감과

후회가 밀려왔다


어떻게든 토를 해보려고

목구멍에 손가락을 넣어보고

칫솔로 목젖 안으로 넣러 보았지만

나는 토를 할 줄 몰랐다





많이 먹고 토하는게

몸에 안좋은건 알지만

그 날은 너무 너무

토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렇게 먹고 난 다음날

3kg 정도가 불어있었고


나는 하루 종일 토마토만 먹었다

그리고 미친듯이 운동을 했다




그렇게 방학이 오고

남자친구를 자주 못 보게 되면서



나의 폭식 빈도 수는

나날이 늘어났다




한달의 한번 있을까 말까한 폭식이

일주일에 한번

일주일에 3일



폭식을 한 다름날도 어김없이

허기가 찾아왔고

나를 삼켜버렸다




정신없이 먹고 또 먹고

너무 먹고 싶어

새벽에 잠을 설친 후


빵집이 여는 아침 시간까지 기다렸다

달려나가 사온 뒤 먹고

잠을 청하는 날도 있었다




몸도 몸이지만

정신적으로 너무나도 허기가 느껴졌다





이런 나를 남자친구가 볼까

두렵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길을 잃었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멋진 사람이 되려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되려고

나를 사랑하고자 시작했던 다이어트가



왜?



왜 뭐가 문제였던 거지?

내가 무엇을 잘 못 한거지?



혼란스러웠다




그러다 하루

남자친구 앞에서 울어버렸다



당황하는 남자친구 앞에서

꺼이 꺼이 울며

마음속으로 고백했다


남자친구는 이유도 모르는채

위로만 해주었다



어느정도 울음이 그친 후

내 이야기를 해줬다



왜 여태까지 조금만 먹었는지

다이어트를 오랜 기간 하고있었다고

운동도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는지

그리고 오빠와 밥을 안먹을 때 얼마나 먹는지




그리고

그 다음날 나 스스로와도 대화를 나눴다




정말 계속 이렇게 살고싶은지




나는 울면 말했다


더 이상은 싫다고

정상적으로 밥을 먹고

배부르면 숟가락을 내려놓는게 소원이 되었다고



나는 나를 진짜 사랑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긴 시간

스스로와 대화하고 고민했고



폭식도 이 강박증도

다이어트도 그만하겠다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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